[웹진 생일선물] 여러분은 마음껏 누리세요💁 멍석은 제가 깔아드릴게요! 멍석장인 김종대 센터장님과의 인터뷰 | 빈칸을 채워주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생활문화센터 하다의 센터장 김종대입니다.
생활문화센터 하다(이하 ‘하다’)가 곧 1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먼저 생일 축하드립니다! 하다의 건축부터 개관, 운영까지 지켜봐 오신 센터장님의 느낌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개관 1주년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보통 사람으로 치면 이제 돌이잖아요. 돌에는 여러 가지 행사도 하는데, 저희도 돌을 맞이한 것 같아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많은 기대가 있었고, 또 행복한 일들도 떠올라서 첫돌을 맞는 느낌이 정말 남다른 것 같아요.
나는 멍석 장인 김종대이다.
우리 옛날에 ‘멍석을 깔아놓는다’ 이런 말 하잖아요.
저는 건축가거든요. 건축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공간을 조성하는 일을 해요. 집 안에 사람들이 살면서 어떤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고민하고, 행복한 공간들을 만드는 것을 멍석 까는 일과 비유할 수가 있습니다. 또, 생활문화센터 하다에서는 센터장으로서 사람들이 즐겁게 놀 수 있게 멍석을 까는 일을 하고 있어요. 센터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민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집 짓는 일부터 시작해서 생활문화센터까지 전부 다 사용자한테 멍석을 깔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감히 멍석 장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이력을 살펴보니까 대단하시더라고요. 2014년 생활문화가 처음 태동했을 때 생활문화센터 공간 조성 가이드 연구위원으로 참여하셨고, 꾸준히 생활문화 관련 포럼이나 생활문화센터 조성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생활문화와 생활문화센터에 대한 애정이 많으실 것 같은데, 생활문화센터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네요.
2014년도에 운 좋게 생활문화를 처음 런칭할 때 연구하게 됐어요. 그래서 전국에 있는 많은 시설들을 방문해서 연구도 했었는데요, 우리가 보통 장르 중심의 문화생활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장르 중심이 아니라 일반 생활문화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모두가 다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문화적인 활동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역부족이라 생활문화 공간을 확보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생활문화센터였거든요. 이에 비롯된 생활문화센터는 모든 사람이 본인이 가진 생활의 즐거움이나 활동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어서 우리가 흔히 ‘문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기도 해요. 문화민주주의는 다들 아시겠지만, ‘모든 사람이 문화를 생산할 수 있다’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론이기도 하죠.
생활문화센터 하다는 도시재생 을 위해 탄생했다.
하다 탄생의 비밀이 있어요. 보통 생활문화센터는 생활문화를 위해서 지으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저는 하남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도시재생을 위해서 어떤 시설이나 공간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다의 공간은 예전에는 버려진 지하보도였어요. 원래 지하보도가 있었는데 지상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지하를 사용하지 않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어둡고, 사람들이 다니기에 굉장히 불편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유휴 공간을 이용해서 무언가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도시재생은 주민 공동체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주민들이 모여서 스스로 의제를 만들어가는 일들이 필요한데, 주민의 자발적인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하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다 탄생의 비밀은 도시재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생활문화센터 하다가 생기기 전 이미 하남시의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하남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특별히 생활문화센터 하다를 조성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하남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도 주민들의 공동체를 발굴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도시재생대학이라는 게 있어요. 도시재생대학에서도 ‘이런 것들을 해보면 우리 도시를 더 아름답게 할 수 있겠다, 우리 삶이 더 풍족해질 수 있겠다’라는 주제로 시민들끼리 모여서 논의하고 배우고 있거든요. 이런 도시재생대학에 더 나아가서,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침 문화부에서 생활문화센터 조성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걸 지원하면 딱 알맞겠구나 싶어서 생활문화센터 하다를 조성하게 됐습니다.
생활문화와 도시재생의 관계는 썸과 연인관계 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을 만날 때 아직 관계가 불분명한 시기에는 썸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시기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씩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처럼, 생활문화는 처음이고, 설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썸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도시재생은 연인의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연인이 된다는 건 서로에게 ‘이제 이 사람은 나의 사람이다.’ 이런 느낌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서로에 대해서 장단점들을 더 알아가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은 고쳐줬으면 좋겠고, 또 저런 부분은 좋으니까 강조했으면 좋겠다는 합의를 통해서 조금 더 내 사람이 되는 거죠. 도시재생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이 내 마을이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요. 물론 어떤 분들은 연인에 100% 만족해서 항상 행복하기만 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리 좋아도 연인의 모습에서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니까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생소해서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문화적 도시재생 안에 생활 문화가 포함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도시재생과 생활문화가 서로를 포괄하는 개념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시재생에 대해서 생각하면 그저 집을 고쳐주거나, 주거 환경을 개선해서 살기 편하게 만드는 거라고 협의적으로 생각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도시재생은 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생활 태도를 보이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 개념 안에 생활문화가 포괄되어 있습니다. 도시를 사랑하려면 그 도시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잖아요. 도시를 알아가는 과정이 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공동체도 두 가지 갈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가 있어요. 이거를 지역 공동체라고 하는데, 지역 공동체는 대부분 서열이 나뉘어 있어요. 그래서 높은 어르신이 지시하고 이끌어 나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물론 이제 굉장히 단단하긴 하죠.
이에 비해서 취향을 중심으로 모이는 취향 공동체는 굉장히 수평적인 구조를 이루게 돼요. 예를 들어서 기타를 친다 그러면, 아무리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도 기타 잘 치는 젊은 사람한테 배울 수 밖에 없잖아요. 이런 경우에는 젊은 분이 선생님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수평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취향 공동체에서 가장 특징적인 게 닉네임을 부르는 거예요. 그래서 어르신한테도 ‘찰스’라고 부르면서 공동체가 수평적으로 구성되고, 이런 문화들이 오히려 자기 의사를 잘 반영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러한 유연한 분위기와 취향을 중심으로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생활문화는 지역을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취향 공동체를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활문화센터 하다가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문화센터 하다는 플랫폼 사업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플랫폼 사업은 뭔가 우리가 가르치거나 뭔가 공급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공간만 제공을 하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시민들이 와서 그 공간을 채워나가는 거죠. 여기는 굉장히 자율적이고요, 또 스스로 움직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는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우리가 같이하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있는데요. 이런 프로그램은 저희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첫돌이 됐기 때문에 저희를 좀 알리는 차원에서 이런저런 강좌를 통해 시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고려를 한 부분입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이에요. 1년이 되면서 자료를 정리해 봤더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보다 자율적으로 저희 공간을 와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3대 1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목적으로 했던 자율적인 공간이 점점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첫돌을 맞이하는 큰 선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민에게 하다가 사랑받는 이유가 '접근성'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다의 공간 투어를 하면서 시민과의 접점이 많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니는 지하보도에 공간을 만들고, 폴딩도어 설치로 개방적인 건물로 지어져서 하남 시민들이 더 접근하기 쉽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외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나요?
접근성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물리적 접근성, 또 하나는 심리적 접근성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물리적 접근성은 건물을 개방감 있게 짓는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문을 다 열어놓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한다든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통로 역할을 해서 지나가다가 손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 물리적 공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심리적 공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심리적 공간은 이 공간이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굉장히 큰 기준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방법으로, 조성 전에 시민들을 조성위원회로 구성을 해서 이 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행해졌으면 좋겠는지 꾸준히 청취하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뷰를 진행 하는 마주침공간에도 보면 주방이 있는데, 몇몇 주민분들이 이 안에서 음식 조리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반영한 공간입니다. 또, 건물이 작지만 두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한 동은 주로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독립적으로 만들어서 소음 차단하는 데 노력했죠. 그렇게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생활문화센터 하다의 핵심 사업은 모임방과 회원 카드 이다.
[생활문화센터 하다] 라이브하다 모임방 브랜드 필름
생활문화센터 하다를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이 이곳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다 보니까 기존에 있던 공동체와 새로 발굴하는 공동체를 모아서 모임방을 만들어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라이브 하다 모임방에는 기존에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우리 센터가 생기면서 조성이 되면서 새로 발굴한 그런 모임도 있는데요. 모임방이 지금 23개가 등록되어 있고, 회원은 한 300명 정도 모집되었습니다. 이 모임방은 오프라인에서 모이기도 하지만, 특히 코로나19 문제 때문에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도록 계속 지원을 해드리고 있어요. 저희 홈페이지에 오시면 각기 다른 모임방들이 어떤 모임을 하고 있는지 소식을 계속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모임방은 앞으로 30개, 40개 점점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다른 한 가지 핵심 사업은 회원 카드인데요. 저희가 생활문화센터 하다와 하남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이용하시는 분들한테 회원 카드를 발급해 드리고 있어요. 이 회원 카드를 발급해 드리는 이유는 참여자가 어떤 활동에 관심이 많으신지,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지에 대한 빅데이터를 모아서 그분한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드리게 위함이에요. 이 회원 카드를 들고 오시면 참여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자동으로 코드를 통해 등록하게 됩니다. 이걸 가지고 회원들에게 조금 더 합리적으로 정보를 드리는 데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거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저희가 최초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회원 카드를 꾸준히 시행한 지 두 달이 됐는데요, 지금 500명 정도의 시민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계십니다.
회원 카드를 통해서 빅데이터를 모아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직 생활문화센터에 적용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더욱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회원 카드에 대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나요?
팀에서 같이 회의하면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하남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생활문화센터 하다를 이용하시는 분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대접해 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음식점을 가더라도 한 번 찾아가고 두 번 찾아갔을 때 반갑게 이렇게 맞이하는 데는 왠지 정감이 가는데, 매번 가도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면 ‘이 집 왜 이러지?’ 이런 기분이 들잖아요. 저희도 여기 오시는 분들한테 ‘우리 이너 서클(Inner circle) 안에 들어오신 분이야.’ 이런 느낌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다 보니까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회원 카드 아이디어는 타 시에서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이번에 이런 걸 자랑할 수 있는 박람회가 있었는데, 이런 프로그램 살 수 있는지 물을 정도로 관심이 많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체계적으로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생활문화 축제 는 내년에 꼭 해보고 싶다.
너무도 잘 아시는 것처럼 작년, 올해에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데 지장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고, 정도 쌓아가고, 정보도 나누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난번에 한 번은 몇몇 팀만 모여서 같이 네트워크 파티를 했는데요, 너무 즐거워하시고 저희도 맨날 못 보던 얼굴을 서로 보게 되어서 진심으로 좋았거든요. 그래서 내년에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이 되어서 많은 사람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축제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생활문화센터 하다는 앞으로 시민이 기댈 수 있는 어깨 가 될 것이다.
힘들 때 누군가의 어깨를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위로받고 싶고, 따뜻한 이야기도 듣고 싶죠. 문화라는 게 여러 가지 기능이 있을 텐데요. 특히 생활문화는 뭔가 조금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힘이 되고, 용기가 되어주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생활문화센터 하다는 하남 시민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생활문화란 삶의 방식 이다.
생활문화란 삶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운동을 좋아하면 운동을 좋아하는 쪽으로 삶을 살아갈 거고요, 예술이나 음악을 좋아하면 음악 쪽으로 방향을 잡고 살아갈 텐데요. 그 다름이 서로 모여서 전체가 조화롭게 되고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르지만 공존할 수 있는 문화들이 생활문화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가영
-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 생활문화팀 경기생활문화센터 홍보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