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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신나는 그림책NORi의 필살기
그림책 서점 그림책NORi가 문을 연지 11년째 접어들었고, 비영리 예술단체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태어난 지 8년이 넘었으니, 그림책NORi는 싱그러운 사춘기이고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여전히 풋풋하다. 8살 꼬마라고, 11살 사춘기라고 그 이전의 삶이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했을까. 한뼘 한뼘 자랄 때마다 그만큼의 불안과 걱정은 평생 곁에 두어야 할 친구가 되었고, 눈앞의 요철들은 서두르고 재촉하는 발걸음에 쉼과 재고의 시간을 선사했다. 그래도 매 순간 진심과 용기로 채워낸 하루하루에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응원하며, 오늘과 다른 새날을 기대하며.수시로 듣는 질문이 있다.
‘무엇이 당신을 ‘이 지경’까지 오게 했나요?‘, ’이 지난한 시간을 ‘무슨 배짱’으로 버텼나요?‘
솔직히 말하면, 난 배짱도 없고 이 지경에 대한 자각 능력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정신줄 내려놓은 채로 하면 안 되는 짓을 하고 살았다. 달리 표현하면, 그것은 현실경제에 부합하지 않는 무모함과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투명한 세상에 대한 도전이자 아집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도 믿는 구석, 비빌 언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호기심과 상상력이었다. 내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호기심은 질문으로 전환되었고, 질문과 질문들 틈새를 즐겁게 유영하다 보니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거기에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기반이 되고 ‘내가 즐거워야 모두가 즐겁다’라는 개똥철학이 더해지면서 그림책NORi와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의 움직임이 만들어졌다.그림책NORi와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의 관계를 짧게 소개하자면, 물리적인 공간인 그림책NORi에 콘텐츠 기획팀인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이 기거하고 있는 형태이다. 동시에 그림책NORi는 그림책을 매개로 작가, 독자, 그림책 애호가들이 중심에 있고,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생활문화, 예술문화를 기반으로 예술가들과 생활문화 활동가들, 그리고 수많은 참여자로 채워져 있다.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가 쌓이고 우당탕탕 함께 즐기다 보니 진정한 공간이 된 그림책NORi. 별 볼 일 없는 물줄기 하나도 자신만의 흐름을 안고 흘러가듯이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이 그림책NORi에서 만들어내는 소소한 작당들도 반짝이는 구슬이 되어 나름의 모양새가 되었다. 이 작은 구슬들은 그림책NORi와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이 지금까지 버텨온, 그리고 앞으로 버텨나갈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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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전략 1 : 내 욕망에 집중하기
그림책NORi와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의 존재 이유는 바로 ‘내 욕망 들여다보기’, ‘내 욕망 실천하기’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과 사회에 양보해 온 나의 즐거움. 하지만 그 빈자리를 어느 누구도 채워주지 않기에, 우리는 자신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해야 한다. 그 실천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과 기쁨을 다독이고 쓰다듬어 주는 작은 손길이다. 그래서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드글드글 욕망중창단>을 꾸려 가족들이 모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게릴라 콘서트도 하였다.
[동네책방, 그림책NORi] 우당탕탕예술놀이단 '드글드글 욕망중창단'
그래서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울랄라 인형극단>을 통해 인형극 공연도 하고 음악극도 만들며 열광하였다.
그래서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놀팝 유랑단>을 만들어 버려지는 재활용품을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이웃과 나누면서 일상을 풍요롭게 했다.
내 삶의 작은 빈틈들은 내가 나의 욕망에 귀를 기울이면서 채워나갈 수 있음을 믿고 신뢰하고 실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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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비법 2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사.춘.기.
누구나 거쳐 간 시기임에도 어느 누구도 시기를 따뜻하게 품어내지 못할까? 왜 어른들은 이 시기의 청소년들을 타자화 시키고 이방인 취급을 할까? 그렇다면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이 ‘사춘기’에게 어떻게 말 걸기를 시도해볼까?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참여자 각자의 사춘기를 그림책에 담아보기도 하고, 가족에게, 친구에게, 아이에게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사춘기에게 보내는 편지를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기분 좋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사춘기는 질풍노도, 균열, 충돌, 반항의 상징이나 세대를 단절시키는 날선 경계가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춘기는 일상과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춘기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고 쓰다듬고 끌어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등판으로 좌절되긴 했지만,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다양한 연령층(10세~90세)의 사춘기 이야기를 통해 근현대사의 문화 지형을 들여다보고 싶다. -
생존비법 3 : 때로는 거인의 시선으로, 때로는 개미의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킬로만자로의 표범처럼 신나게 놀거리를 찾아 헤매던 나는 또 다른 질문 앞에 봉착했다.
“생활문화에서 일상 공간을 배제하고 말할 수 있을까?
‘‘공간과 생활을 문화로 어떻게 연동시킬까?
당시 거의 모든 콘텐츠들이 그림책NORi에서 진행되었고, 각 지역의 참석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나고 나서야 정말 ‘생활문화’라는 것이 뭘까 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나의 시선을 바꿔보기. 지금껏 내 주변에 두었던 나의 관점을 거인의 시선처럼 아주 높은 곳에 두고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라는 이 지역 속에 숨어있는 작은 동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 동네들을 서로 연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그 질문들 덕에 탄생한 프로젝트가 <내 동네에서 놀아보자>, <우리 같이 살 빼요!> 등이다. 이 활동들은 특정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 특정한 사람의 주도로 특정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집 앞 작은 공터, 평소 자주 가던 카페, 뒷산 오솔길,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좁은 텃밭 등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렁더울렁 즐기기도 하고 살 뺀다는 핑계로 구석구석 탐험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각 지역을 향해 ‘당신의 동네에서 신나게 놀아보세요.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이 응원합니다!’라고 외쳤고 용인시, 광주시, 성남시, 여주시 등에서 응답이 왔다. 어떤 이는 아이들과 함께 도랑 근처에 피어있는 풀꽃들을 들여다보며 동네를 이해했고, 어떤 이는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판화작품에 정성껏 담아냈으며, 어떤 이는 아파트 사이사이 숨어있는 미지의 공간을 친구들과 아지트로 꾸미기도 했다. 처음 기획은 거인의 시선으로 시작했지만, 이를 구상하고 실천한 참여자들은 개미의 시선으로 일상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움트게 한 것이다. -
생존비법 4 : 위기, 발상 전화의 계기
코로나19의 습격을 받으면서 세상은 마치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 할 일이었고 숨 쉬는 것조차도 버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기꺼이 삶을 살아내야 하고 그 자체가 우리의 생활문화가 되기에, 현 상황을 좀 더 관조적으로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각을 바꾸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획 콘셉트로 자리 잡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위기가 새로운 기획은 탄생시킨 것이다.
동네에 사람들이 모일 수 없고 온라인이 마을 공간을 대체하고 있을 때,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다양한 형태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네를 그리다>에서는 스케치북 하나 들고 참여자들의 동네를 방문하면서 그 마을이 들여 주는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고, 택배 시스템을 이용해 <은밀한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공책을 돌리면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들과 은밀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갔다. 사람이 공간들을 연결해주기도 하고, 공책 하나가 사람들 간의 마음과 정서를 이어준 것이다.
더불어, <작업실을 빌려드립니다>와 <예술, 바로 지금이야!>는 ‘따로 또 같이’라는 모토로 작은 방들로 구성된 그림책NORi 공간의 특징을 활용하여, 각각의 방을 자신만의 작업실로 꾸며서 그곳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작업실을 빌려드립니다동네를 그리다오늘도 꼬마 친구들과 함께 카메라를 손에 들고 길을 나선다. 오늘도 생활문화 활동가들과 함께 새로운 작당을 이어간다. 이것은 내가 일상을 꾸리는 방식이고, 내가 사람들과 그리고 공간들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나는 믿는다. 바이러스가 우리의 두 발을 묶어두어도,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완벽히 모방하여도,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 자만하여도, 그 또한 인간이 추구하는 살아있는 삶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태어난 세상이기에 나는 오늘도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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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활동가 이지은
- 우당탕탕예술놀이단과 그림책 NORi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은입니다. 그림책NORi에서는 ‘덩더쿵’ 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